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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가지와 같다. 몸이 날씬하고 가늘었으며 언제고 반만 걸치듯 하고 있는 옥색 도포 소맷자락 밖으로 드러나는 흰 손가락들이 섬세한 악기를 연주하듯 놀았다.

  • 거의 웬만한 때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과, 얄쌍하게 빠진 긴 속눈썹. 햇볕이 송진을 비추었을 때와 같이 노란 주홍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무해하고 서글서글하나 동시에 은근한 인상이다.

  • 엷은 모래흙 색의 숱 적은 머리카락은 바람이 적어도 혼자서 쉬이 나풀거렸다. 목 뒤에서 두 갈래로 묶어 늘어뜨렸으며, 왼쪽 귀에는 홍옥수로 된 귀걸이가 반짝거렸다.

  • 도포 옷고름과 함께 노리개를 달아 늘어뜨렸다. 안으로 보이는 허리춤에 얼핏, 매듭 장식과 비단천, 작약꽃 조화와 함께 매달린 장도가 보인다. 

  • 높은 굽 신발, 여러 겹 얇게 겹쳐 입은 안감, 양손에 옥가락지. 걸음은 사뿐사뿐.

  • 허허실실 바람 같은

그의 첫인상을 말하라면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무난한 대화를 웃는 낯으로 자연스레 끌어갔고 문제되지 않을 정도의 예의만을 표면상으로 지킨다. 여러모로, 능글한 면이 있다. 강한 감정이나 갈등을 피해 가는 데 소질이 있다고 여겨질 만큼. 나긋하고 조곤조곤하며, 언행에서는 제법 낭만적인 면모도 얼비쳤다. 그러나 그의 다정함은 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자기애 중심적인 형태였다. 남을 생각해서 친절한 것이 아니므로 또 어떤 때에는 아무렇잖게 가슴을 후벼팔 수도 있으리라. 봄 날씨 같은 훈풍으로 불어와도, 문득 서늘한 가을 바람 같아도, 떠나고 나면 빈자리이다.

 

  • 가벼워서 치우치지 않는

기본적으로 무게가 없는 사람이다. 비장함이나 대의 명분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갖 의미심장한 말들과 복안이 오가는 홍화의 정치의 장에서, 그의 성정은 드물게도 진짜 얕은 물과 같았다. 속에 품은 다른 뜻이 없고 달라붙는 이익이 없이 투명했다. 그는 어디로도 쏠리지 않고 유유자적한 인상이었으며 그리하여 대하는 이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장점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의 얕은 물에 쉬이 맨발을 참방였으며 발이 젖은 채로 뜰을 거닐었다. 물론 속내를 드러내고 교류하는 한계 또한 딱 그 물의 깊이까지일 뿐이었으나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로 말하자면 젖은 발자국들의 자취를 전하는 사람이었다.

 

  • 역할을 위한 장기말

남을 흉내내는 데 익숙했고 온갖 인격들을 연기하다 보니 저 스스로에 대한 정체가 비교적 희박한 편이다. 덕분에 말씨도 조금 왔다갔다하는 편. 특별히 굳게 지지하는 신념이 없으며 익숙하고 무난한 현재대로 지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정보의 중간다리, 계획의 일부로 기능하는 것을 아무렇잖게 여긴다. 주어진 역할은 전문가답게 확실히 수행하지만 요구 사항을 다하고 나서는 제 위치 이상의 호기심을 부리는 법이 없어, 다루기 좋은 최적의 장기말과 같았다. 지금도, 자신이 얻은 정보와 활동들이 어딘가에서 타인의 이득을 위해 쓰일 것임이 자명하나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그저 제국의 정세에 주요한 사건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으려니 하는 정도의 태도.

::외관::

::성격::

::설정::

  • 한주화각閑周嘩閣 : 대륙 전역에 영향을 뻗치고 있는 일종의 정보 조직. 한주각, 화각 등으로 줄여 부른다. '천하의 떠도는 소문들은 다 한주각의 귀에 들어가 있으니, 잴 수 없는 물의 깊이든 헤아릴 길 없는 사람의 심중이든 가서 물으면 척도를 얻을 것이다' 라고 세간에서 흔히 말해질 만큼 정보망의 규모와 속도, 예상치 못한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자세함은 독보적이다.

  • 한주화각의 정체는 홍화가 제국으로 발돋움하기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그때의 위상은 일반적인 표국이나 유명 상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주화각의 명성이 지금과 같이 드높아진 것은 대륙의 질서가 재편되는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화각에서는 특정 정보에 대한 개인, 단체 단위의 의뢰를 받기도 했고 정보력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 주기도 했는데, 홍화의 제국화와 소국小國들의 발달 과정에서 수많은 정치, 사회적 수요를 안고서 그 황금기라 할 만한 것을 맞이한다. 선유 사후에 대륙은 표면적 고요를 맞이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그러한 시기에 물밑으로 오가는 말들은 많은 법이었다. 화각은 국가와 주요 도시들마다의 지부, 촘촘한 연락망과 수많은 정보원들을 두고서 대륙을 포괄하는 넓이와 깊이를 바탕으로 융성해 나갔다.

  • 정보 조직의 특성상 소속감 강하게 일원화된 단체라기보다는 거점마다의 관리 지부를 둔 점조직의 성향을 띠며, 위치한 나라들 안에서 각각의 이익을 대변하는 편이다. 한주화각의 정보망은 물론 금월에도 뻗어 있었는데, 20년 전의 전쟁을 계기로 국경이 완전히 차단된 이후로는 조직 내부에서도 그 연결의 정도에 다소의 지각 변동이 있어 기류가 묘한 듯하다.

 

  • 그는 변장과 가장, 남을 흉내내는 데 뛰어나 한주화각에서 화객(=직업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그 경력이 8년차로 일에 있어서는 상당한 전문가. 단순히 정체를 숨기고 필요한 것에 접근할 때도 있었으며 아예 다른 사람인 척 신분과 명의를 속여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 직업적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신분 자체는 정보원 개인일 뿐이므로 홍화에서 주목할 만한 인사라 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홍화의 대표로서 자리에 있는 것은 주요 인사인 홍화지부 각주의 명의를 빌려서이다. 화각에서 증표를 양도하여 보낸 모양. 대표단에서 마주치는 이들에게 그는 한주화각 서각주 랑시휼의 대리입니다, 하고 인사했는데, 생각보다도 높은 지위를 대신 맡고 있다 하는 이가 퍽 젊은 것에 대개 사람들은 의아해하다가, 이번에 화각에서는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대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드러내려는 뜻이겠거니 하고 속으로 결론짓곤 했다.

 

  • 고아, 평민. 지금 가문명처럼 사용하는 '담연' 또한 제 이름이 아니며 화각에서 역할에 따라 배정하는 은유와 같은 것이다. 변장과 가장에 특화된 이에게 맑을 담淡, 비 전투 계열 정보원에게 제비 연燕. 그는 귀족 문관의 고상한 말씨도, 거침없는 무인의 성정도, 심지어는 여인들의 몸가짐과 손짓까지도 필요한 때에 따라 능청스레 연기했다. 문자연하는 선비는 아니지만 고전과 법제의 구절을 말에 인용할 수 있었고 일생 상업에 종사한 일 없었으나 무역의 수익과 분기의 회계에 대해 고민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그가 명백하게 제 것으로 가진 것은 적었는데, 연극 속의 경험이 마치 진짜 살았던 삶과 같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남을 흉내내기 위해 쏟은 시간들은 그라는 개인 안에 쌓였다.

 

  • 전투 - 직업 활동의 일환으로, 원활한 가장을 위해 대부분 종류의 무기를 쓰는 모습을 간단히 흉내낼 수는 있다. 물론 겉모양뿐이라 위력은 없으며 개중에는 차라리 들지 않는 수준에 가까운 것도 있다. 본인이 실제 사용하는 것은 허리장식과 함께 패용한 단검. 직업상 멀리서부터 전투할 일은 없고 몸싸움이 주가 되지도 않으므로, 부득이한 상황에 빠르게 수를 주고받기 위함이다. 근접전 특화. 과거 2년 가량 무술을 연마하는 문파에 몸을 담은 적이 있어 기본적인 보법과 장법을 익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몸을 지킬 실력은 되는 정도. 주무기는 아니나 유사시를 대비하여 발목에 비수 하나 더 차고 있다. 쌍가락지는 힘주어 비틀면 단면에 독이 숨겨져 있다. 왼손의 것은 자결용, 오른손의 것은 마비독.

 

  • 식물을 좋아하여 대개의 경우 버들가지나, 녹색 잎이 달린 나뭇가지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있다. 보이는 대로 주변에서 꺾는 것.

  • 비파를 연주할 수 있다. 본래 가장을 위해 기초만 익히려던 것이었으나 배우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 계속하였다.

  • 제 이름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 정식으로 소개를 해야 할 때 외에는 그냥 '연' 이라고 불러 달라 하고 다닌다.

       스스로를 칭할 때는 소연小燕.

  • 자수 놓기가 취미이다.

  • 차는 암차만 마신다. 무거움과 매운향을 좋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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