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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타 님. 말 좀 묻고 싶습니다.

 

―이리 직접 발걸음을 다 하시고. 무슨 일이십니까?

 

―금월의 여왕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그걸 제게 물으시고. (입꼬리를 슬 올려 웃더니) ...글쎄요. 무어라 말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십 수년간 봐온 모습과 근 며칠간이 퍽 달라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하면 제가 본 고요 님의 모습은 야타 님이 지금껏 보아 오신 모습과 다른 모습인 것이로군요?

 

―그렇다고 보시는 게 가장 낫겠군요. (주위로 향했던 시선이 천천히 네게 돌아오더니 슬 웃으며) 여왕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으신가 봅니다.

 

―예. 그것이. (당신을 보며 이야기하던 중 잠시 말을 쉬고 눈을 딴 데로 돌렸다가) 처음에는, 금월의 군주라는 것 외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홍화 황궁에서의 소동 이후에는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적국의 여왕을 지켜 무엇하느냐고도 말했었지요. 그런데 이제, 여기 모르는 땅에 도착하고서 단편으로 그분의 면면을 보니 막연한 군주의 인상과도 많이 다른 듯하여서요. 그래서 듣고 싶어졌습니다.

 

―이 며칠간의 단면으로 공께서 얼마나 여왕을 파악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한 군주...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지요. ('적국'의 여왕이라. 빙긋이 미소를 짓더니 널 가만 쳐다본다) 적국의 군주, 또는 적국으로 향한 군주를 모시거나 지킨다고 해서 어떤 신념에 금이 간다거나, 긍지를 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한 쪽 손바닥을 펼치더니 다른 쪽 손의 검지와 중지로 그 위를 걷는 시늉을 해보이며)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계획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당신의 말에 대해 좀 오래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요 여왕님에 대한 말을 물었는데 야타 님께서는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듯합니다. 적국의 군주를 모신다 함은 지금 홍화나 금월 귀족들의 말씀입니까...?

 

―어떤 나라도 영원한 적국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려 한 겁니다. 저는 여왕이 아니니 그 본심이 무엇인지, 또는 군주의 자리에 앉혀 놓았을 때 어떤사람이 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저번의 모습이 진짜일 수도 있겠지요.

 

―(눈썹을 잠시 찌푸렸다) 야타 님, 금월의 보좌관이 아닙니까. 내일은 저와 대립되는 의견을 펼칠 것이고요. 영원한 적국이 아니라는 말은 금월이 그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온다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고요 여왕님께서는 제가 본 처음과 그리고 오늘 단호하시었는데 군주로서의 심지 곧으신 듯하였는걸요. 그런 분이 나아갈, 가려 하시는 길을 지키는 것이 야타 님 아니신가요.

 

―(순간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하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니 입에서 맴돌다 꺼졌다. 대신에 흠,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곤) 금월이 숙이고 들어갈 일은 없을겁니다. 금월이 홍화를 누르면 홍화 또한 더이상 적국은 아니게 되니까요. 그대는 누구의 의지로 홍화를 지지하고 있습니까?

담연 혜

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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